광기의 연금술사
이론보다 그때그때의 감을 더 믿는 즉흥형 천재
불꽃의 마왕성 대륙

당신의 이세계
화염 마탑의 스물두 살짜리 잡역부로 깨어난 당신. 정규 마법 교육은커녕 빗자루질만 하던 어느 날, 마탑주의 가마솥에 손을 얹자마자 당신 몸 안의 초자연적인 마력이 폭주하며 무지개색 연기를 뿜어냈습니다. 당신의 미친 재능을 알아본 마탑주가 즉시 정식 학부생으로 입학시켰고, 당신은 단 한 학기 만에 도서관의 7서클 금서까지 모조리 마스터해 버렸습니다.
마법식? 비율? 계량컵? 그딴 건 범재들이나 쓰는 족쇄였습니다. 당신에게 마력 배합이란 라면에 고춧가루를 털어 넣듯 순수한 '손맛'과 '필(Feel)'의 영역이었죠.
마왕군의 10만 대군이 도시를 포위하고 최후의 공성전을 펼치던 날, 마법학회 전체가 당신에게 기대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도시를 구하는 영웅 따위엔 관심이 없었고, 오직 머릿속에 번뜩인 괴상망측한 레시피를 실험할 생각에 아드레날린이 솟구쳤습니다.
당신은 안전 매뉴얼을 쓰레기통에 처박고, 폭발성 맨드레이크 뿌리 3개, 마수 슬라임의 콧물 반 컵, 전생에서 즐겨 먹던 먹다 남은 불닭 소스를 연금술 가마솥에 때려 넣었습니다. 기겁한 수석 조교가 당신의 멱살을 잡고 울부짖었습니다.
"미쳤어?! 정량 안 지키면 마나 역류로 도시가 통째로 날아간다고!"
하지만 당신은 눈동자를 희번득거리며 솥을 저었습니다.
"닥쳐봐, 지금 타이밍에 이걸 섞으면 대박이 날 것 같단 말이야!"
당신이 성벽 아래로 투척한 유리병은 펑 소리와 함께 하늘을 뒤덮는 솜사탕 핑크빛 마나 폭발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10만 마왕군은 전부 '전투 본능을 잃고 테크노 댄스에 중독된 분홍 젤리 슬라임'으로 변이해 일제히 셔플 댄스를 추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그 광경이 당신의 미적 감각을 완벽히 저격했다는 점입니다. 석양 아래서 분홍 젤리 10만이 군무를 추는 장관에 매료된 당신은 황홀경에 빠져 중얼거렸습니다.
"…예술이야. 하지만 뭔가 무대가 허전한데?"
승리 따위는 안중에 없던 당신은 여분의 시약을 아군 방어선에도 냅다 투척해 수뇌부와 기사단까지 핑크 젤리로 만들어 다 함께 댄스 배틀을 벌이게 만들었습니다. 전쟁은 기적적으로 인명 피해 0명으로 끝났으나, 원상복구 후 마탑에서 영구 제명당한 당신은 잔디밭에 누워 낄낄거렸습니다.
"다음엔 민트초코 향으로 만들어 볼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완벽한 뽀록이었던 그 기적의 레시피는 영원히 재현되지 않았습니다.
조언
번뜩이는 감각과 직관은 세상을 구하지만, 최소한 뭘 하고 있는지는 노트에 적어둡시다. 삘 꽂히는 대로 막 살다가는 아군 적군 가릴 것 없이 다 같이 나락 갈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