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심문소의 꼰대 집행관

매뉴얼과 한 몸이 되어버린 원칙주의자

공중 부유성 기사단 왕국

당신의 이세계

각이 바짝 잡힌 서른여덟의 중장갑 수석 집행관으로 전생한 당신. 제국 헌장과 신성 교리를 피와 살로 삼아 살아온 당신에게 '매뉴얼'이란 신의 말씀 그 자체였습니다.

이단 광신도 군대와의 대회전 날, 붉은 사막 한가운데서 적들의 암흑 마법 포탄이 빗발치듯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제국 육군 보병 교본 제4조 1항'에 명시된 1m 간격의 방진을 유지하며 한 걸음씩 전진을 명령했습니다.

그런데 행군 경로 한가운데, 사막 오아시스로 향하던 샛노란 사막오리 어미와 새끼 일곱 마리가 아장아장 열을 맞춰 기어가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보통이라면 대열을 살짝 비틀거나 쫓아냈겠지만, 융통성 제로인 당신의 뇌는 '대형의 0.1mm 오차도 불허한다'는 강박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전군, 진형을 흐트러뜨리지 마라! 1열부터 매뉴얼에 따라 전방 장애물을 수거하여 품에 안고 전진한다!"

당신은 근엄한 표정으로 맨 앞의 어미 오리를 가슴 갑옷 사이에 쏙 집어넣었고, 뒤따르던 2,000명의 중장갑 기사들도 일제히 새끼 오리들을 한 마리씩 품에 안고 행군했습니다.

살기등등한 중무장 철갑 군단이 가슴팍에 노란 아기 오리 대가리를 하나씩 내밀고 삑삑 소리를 내며 칼각으로 다가오는 광경……

원거리 망원경으로 이를 지켜보던 이단 교단 사령관은 사색이 되었습니다.

"히익! 오리에 금지된 생체 저주 폭탄을 심어놓은 제국의 신종 심리전 결전 병기다! 퇴각하라!"

적군은 싸워보지도 않고 진지를 버린 채 혼비백산 도망쳤습니다. 당신의 정신 나간 매뉴얼 집착과 운빨이 무혈입성 대승을 이끌어낸 것이었죠.

그러나 승전 축하연에서 사달이 났습니다. 당신은 샴페인을 터뜨리려는 부하들에게 호통을 쳤습니다.

"축하 뷔페 줄 간격은 정확히 30cm 유지! 고기는 소화 효율을 위해 4박자에 맞춰 40회씩 씹도록! 수프를 뜰 때는 국자를 직각으로 세 번 털어 제국에 감사를 표할 것!"

순식간에 잔칫집 분위기는 얼어붙었고, 연회가 끝날 때까지 당신이 앉은 헤드 테이블 반경 5미터 안에는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조언

철저한 원칙과 책임감은 당신을 최고의 사령관으로 만들지만, 회식 자리에서까지 교본을 들이밀면 독거노인이 되는 지름길입니다. 사적인 자리에서는 매뉴얼을 주머니에 넣어두세요.

이 테스트의 결과는 오락을 목적으로 한 콘텐츠이며, 의학적·심리학적 진단이나 전문적 조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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