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의 밀수 탐사공
아무도 안 간 길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프로 반항아
안개에 잠긴 유적 대륙

당신의 이세계
서른한 살의 괴짜 탐사공으로 전생한 당신. 몬스터 오물 향수를 뿌리고 키메라 뼈로 깎은 비대칭 안경을 쓰는 등 남들과 같은 것은 숨이 막혀 견디지 못하는 홍대병 말기 환자였습니다. 남들이 다 다니는 안전한 대로(大路)는 쳐다보지도 않고, 오직 살점 뜯기는 악령이 출몰한다는 '안개 낀 금지 구역'만 골라 다니는 악명 높은 마이웨이 개척자였죠.
당신의 기괴한 취향과 똥고집을 견디다 못한 동료들이 전원 탈퇴하자, 당신은 콧노래를 부르며 환호했습니다.
"오히려 좋아. 진정한 예술적 고독이란 혼자만의 탐험에서 오는 법."
당신은 영혼을 집어삼키는 독무가 자욱한 '칠흑의 유적'으로 혈혈단신 침투했습니다. 온갖 맹독 가시덤불을 온몸으로 헤치고 낭떠러지를 기어오르며 무려 8개월 동안 죽을 고비를 마흔일곱 번 넘긴 끝에, 마침내 그 누구의 발자국도 닿지 않은 신비로운 고대 수정문에 도달했습니다.
"크하하! 내 야생의 동물적 직감이 맞았어. 이 안개 너머에 전설의 고대 유물이 잠들어 있다!"
당신은 떨리는 손으로 수정 상자를 열어젖혔습니다. 그러나 상자 안에서 나온 것은 신화급 보검도 마도서도 아닌, 누렇게 변색된 낡은 책자 하나였습니다.
'[웰컴 투 아틀란티스 테마파크 - 안개 어트랙션 100배 즐기기 가이드북]'
알고 보니 그곳은 10년 전 만들어진 놀이공원이었고, 당신이 8개월간 피똥을 싸며 뚫고 온 경로는 다름 아닌 '미화원 및 설비팀 전용 비상 탈출 통로'였습니다. 심지어 반대편 메인 정문의 티켓 입장료는 고작 은화 5잎(500원)이었죠.
멍하니 서서 가이드북을 넘겨보던 당신은 허탈함에 주저앉았으나, 이내 특유의 비틀린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훗, 상관없어. 500원 내고 정문으로 들어온 범재 놈들은 이 미친 난이도의 뒷골목 똥개고생의 짜릿함을 평생 모르겠지."
당신은 정문 매표소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가이드북 지도에도 붉은색 X표가 쳐진 '방사능 폐기물 처리 구역' 안개 속으로 유유히 걸어 들어갔습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이라면 지옥불이라도 밟아야 직성이 풀렸으니까요. 덕분에 당신의 주머니는 늘 털려 있지만, 당신이 그린 지도엔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고 위험한 뒷길들이 빼곡히 쌓여가고 있습니다.
조언
대체 불가능한 개성과 개척 정신은 멋지지만, 멀쩡한 정문 놔두고 굳이 가시밭길 하수구로 기어들어 갈 필요는 없습니다. 가끔은 대세를 따르는 것이 인생의 에너지를 아끼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