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의 야매 주술사
독보적인 재능과 최악의 책임감을 동시에 타고난 기분파
변경의 황야

당신의 이세계
스물세 살의 날라리 주술사로 황야에서 눈을 뜬 당신. 정통 마법 아카데미 근처에도 가본 적 없지만, 몬스터 침공전에 징집당해 전선에 던져졌습니다. 살기 위해 바닥의 붉은 흙 한 줌에 마수 배설물과 말린 풀잎을 대충 섞어 냅다 던졌는데, 콰아앙 하는 굉음과 함께 8서클급 대폭발 화염구가 완성되었습니다!
이 기적을 목격한 왕국 기사단은 당신을 '원소 정령의 환생'이라 부르며 최연소 특무 마법기사로 임명했습니다. 순도 100% 감각과 운빨로 마수 군단을 연전연파한 당신은 벼락부자가 되어 대저택을 사고 매일 밤 호화 파티를 열며 인생을 즐겼습니다.
몇 달 뒤, 고대 지옥 마왕이 부활해 난공불락의 암흑 결계를 치고 황야 요새를 포위했습니다. 군단 전체가 갇혀 몰살당할 위기였지만, 사람들은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천재 주술사인 당신이 있었으니까요. 기사단장이 피눈물을 흘리며 결계를 파쇄해 달라고 요청하자, 당신은 슬리퍼를 질질 끌고 전장에 나타나 땅바닥의 흙을 쥐어 침을 퉤 뱉은 뒤 결계를 향해 훅 불었습니다.
순식간에 시공간이 일그러지며 제1결계가 깃털처럼 박살 났습니다! 환호하는 기사단장이 당신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습니다.
"오오! 위대한 대주술사시여! 제발 다음 성벽의 제2결계도 부숴주십시오!"
하지만 당신은 갑자기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손을 탈탈 털었습니다.
"아, 안 해. 오늘 하늘에 뜬 구름 모양이 묘하게 꼴 보기 싫네. 난 토끼 모양 구름이 좋은데 저건 찌그러진 만두 같잖아."
"네?! 장군님과 수천 명이 결계 속에 갇혀 죽어갑니다! 목숨이 걸린 일입니다!"
기사단장이 거품을 물고 절규하자, 당신은 귀를 후비적거리며 하품을 쩍 했습니다.
"그건 그쪽 사정이고. 난 기분 나쁘면 마나 안 돌아."
당신은 뒤도 안 돌아보고 낮잠을 자러 가버렸고, 결국 요새는 초토화되었습니다. 제국 전체에 '세계관 최악의 괘씸죄 마법사'로 지명수배령이 떨어졌지만, 당신은 알 바 아니었습니다. 현상수배 전단지를 접어 개울에 종이배로 띄우며 낮잠을 즐길 뿐이었죠. 당신은 지금도 황야의 언덕에 누워 구름을 봅니다. 그러다 기분이 째지게 좋은 날엔, 지나가던 마을 하나를 심심풀이로 구원해 주곤 합니다.
조언
재능은 대마법사급이나 책임감은 0에 수렴하는 극단적 기분파입니다. 내 기분 맞추자고 남의 생사를 등지다간 언젠가 찌그러진 만두 구름 아래서 매타작을 맞게 되니 최소한의 프로의식을 갖추세요.